저시력자를 위한 "큰글한국문학선집 003"
김기림 시선집 <바다와 나비>
김기림의 문학적 활동은 창작과 평론 활동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초기의 그의 작품은 감상주의에 대한 비판과 새로움의 추구로 요약된다. 그는 과거의 시들이 감상주의에 사로잡혀 허무주의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건강하고 명랑한 ‘오전의 시론’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김기림이 근대화와 그에 따른 물질문명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써, 시에서 역시 밝고 건강한 시각적 이미지들이 주를 이룬다. 초기의 김기림의 시들은 『태양의 풍속』에 수록되어 있다.
중기의 작품들은 세계적인 불안사조의 유행과 근대화의 허실에 대한 깨달음으로 인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지식인으로서의 자각을 보여준다. 김기림은 시각적 이미지 또는 회화성만을 추구하는 시는 또 하나의 순수주의에 지나지 않으며, 시는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다. 이때 시인은 자본주의 사회의 부산물인 인텔리겐챠로 파악되며, 대중에게 시대의 가치를 전달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은 장시 「기상도」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후기의 작품은 광복을 전후한 시기로서, 이때 김기림은 문학의 사회 참여를 가장 중요한 역할로 꼽고 있다. 그가 조선문학가동맹에 참여하고 사회참여를 주장하는 글을 발표한 것은, 시대정신을 전달하는 것을 시의 목표로 설정했던 중기의 입장과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는 광복기를 시인이 공동체 속에서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바다와 나비』에서 보였던 우울하고 개인적인 성향 대신 『새노래』에는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한 강하고 희망찬 의지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