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영어음운론을 지도하면서 강세(stress) 부분에 도달하면 항상 궁금한 게 있었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영어 강세에 관한 여러 이론들은 실제 우리 영어 학습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하여 그것도 영어 발음을 위하여 영어 발음 이론을 가르치는 일은 영어의 통사이론을 가르치는 것보다도 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막연하게 영어 강세에 관한 여러 이론을 접하다 보면, 영어 강세에 관한 직관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으나, 이론에 파묻히다 보면 그러한 꿈은 말 그대로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지 오래다. 오래전 운율음운론이 등장했을 때, 또 그와 함께 많은 영어 강세 규칙들이 제시되었을 때 한 원로 선생님은 “이 논문을 읽고 나면 ‘이제 영어 강세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해결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론은 이론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이론은 없으며 언젠가는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얼마 안 가서 사라질 이론에 기대를 하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론은 왜 공부하는가? 이 이론들은 정말 전혀 쓸모없는 것들인가? 이러한 질문들이 이 책을 생각하게 된 동기이다. 그래서 다시 옛 이론들을 실용성이란 잣대를 대고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여기서 실용성이란 물론 우리가 외국어로서의 영어 공부를 할 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 결과 많은 부분들이 영어 강세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됨을 알 수 있었다. 이 내용은 제3장에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은 영어를 잘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듣기나 말하기 등 의사소통능력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언어는 눈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해보면서 배우는 것이다. 각 장에 제시된 예들은 발음사전을 통해 모국어 화자의 발음을 따라하며 익히다 보면 영어의 리듬감을 익히게 되어 듣기와 말하기에 큰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영어 강세에 대한 지식은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이나 특히 영어를 전공하는 사람이면 반드시 알아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에서의 영어영문학과를 ‘국어영문학과’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영문학 작품도 국어 번역을 통해서 읽고, 영어 실력도 타 전공 학생에게 떨어지는 전공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적어도 영어를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무엇인가 영어를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과 구별되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제2장에 정리된 영어 강세 이론은 영어음운론, 특히 강세 현상에 관심 있는 전공학생들에게 영어 강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하리라 생각한다.

제3장에서는 제2장에서 살펴본 이론에서 밝혀낸 내용을 중심으로 ‘영어 강세의 본질’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음절의 무게와 음절구조, 품사, 음보의 구조 및 영어 어휘의 어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영어강세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정도의 이론적 토대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4장의 주제문은 ‘영어는 리듬이다’이다. 영어를 한다는 모든 이들이 이 말을 하지만 이 말의 정확한 뜻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 것 같다. 여기서는 리듬의 본질을 밝히고 그것에 근거하여 발생 가능한 리듬 구조를 예측해 보았다.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것들인데 막상 하나하나씩 풀어서 적용해 보니 의외로 잘 맞아떨어졌다. 좀 더 잘 가꾸면 좋은 이론이 되리라 생각하나 리듬이론으로 발전시키기에는, 리듬의 속성을 잘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예측되는 너무 당연한 내용이라는 것이 저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 책은 7년 전 <영어강세의 이해>(경진문화사 발행)를 수정 보완한 것이다. 처음에는 일단 발간을 하고 나서 잘못된 것을 곧 고쳐야지 하였으나 저자 특유의 게으름으로 잘못된 것을 수정하지 못하다가 이번 기회에 다시 책을 발행하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서 잘못 생각했던 부분, 특히 처음의 허접한 공식을 보다 세밀하게 수정 보완하였다. 영어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특히 강세 때문에 고생했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낸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석사)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언어학과 졸업(PhD)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담당과목: <영어발음의 이해>, <영어음운론> 등
<한국음운론학회> 회장 역임
성균어학원장 역임

• 제1장 영어 강세란?
  
  제2장 영어 강세에 관한 여러 이론들
  
  제3장 영어 강세의 본질
  
  제4장 강세와 리듬
  
  제5장 결론
  
  참고문헌
  기본어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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