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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시력자를 위한 "큰글한국문학선집 048"
박용철 시선집 <떠나가는 배>
한국적 영탄정신과 현실주의를 보여준
<떠나가는 배>는 1930년 3월 ≪시문학≫ 창간호에 발표된 시로, 박용철이 김영랑에 보낸 서신에 의하면 1929년 9월에 쓴 작품이다.
박용철의 시는 순수한 서정세계를 소박하게 드러낸다. 이 시에서도 자신의 내면을 숨김없이 토로하여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해방 전 당시의 현실에서 느끼는 불우한 마음이 희망의 뜻을 품고 어디론가 떠나야겠다는 우수와 낭만이 깔려 있다.
이 시는 어딘가 정박지를 찾아 떠나가는 ‘배’에 인생을 비유한 작품이다. 여기에서 키에르케고르 식의 인생관과 우수를 엿볼 수 있다. 즉, 19세기 초 낭만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또한 이 시는 한국적 영탄정신과 현실주의를 볼 수 있다.
박용철(朴龍喆, 1904~1938)
박용철은 1930년대 사재를 털어 문예잡지 ≪시문학≫ 3권(1930), ≪문예월간≫ 4권(1931), ≪문학≫ 3권(1934) 등 도합 10권을 간행하였다. 또한 문학활동에 전념하면서도 그가 주재하던 시문학사에서 1935년 ≪정지용시집≫과 ≪영랑시집≫을 간행하였지만, 정작 자신의 작품집은 내지 못하였다. ≪시문학≫ 창간호에 <떠나가는 배>·<밤기차에 그대를 보내고>·<싸늘한 이마>·<비내리는 날> 등을 발표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시 작품활동을 하였으며, ≪시문학≫·≪문예월간≫·≪문학≫ 및 기타 잡지에 많은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또한 발표되지 않고 유고로 전하여진 작품도 상당수에 달한다. 자신이 주축이 된 시문학 동인활동과 ‘해외문학파’, ‘극예술연구회’ 회원으로 참여하여 연극공연을 위한 몇 편의 희곡(입센 원작 ≪인형의 집≫, 그리고 <바보>, <베니스 상인>, <말 안 하는 시악시>, <사랑의 기적>… 등)을 번역 및 창작하였으며 직접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방대한 번역시 등을 통해 해외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는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한국 근현대문학사에서 큰 의의라 하겠다. 또한 ≪삼천리문학≫에 실린 박용철의 대표적인 평론인 <시적 변용에 대해서>(1938)는 지금도 널리 읽혀지는 시작(詩作) 이론이다. 이 시론을 통하여 1930년대 초반 ≪시문학≫이 기틀을 잡는 데 많은 공헌을 하였으며, 1930년대 중반부터는 모더니즘과 기교주의 논쟁에서도 순수파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