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열증과 우울증 사이에서
(이성혁)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병원은 정신과와 성형외과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정신이 아프다는 이야기다. 성형 열풍과 우울증은 현재의 한국 사회가 만들어내는 병리 현상의 양면이다. 성형에 대한 욕망은 자신의 존재를 바꾸고 싶어 하는 분열증적인 표현이다. 우울증은 지독한 경쟁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안의 표현이다. 성형 열풍이 조증과 같은 병리적 현상이라면 우울증은 그 조증이 반대로 전화되어 나타나는 병리 현상이라 할 것이다.
여성들의 성형은 외모를 중요시하는 남성중심주의의 경쟁사회에서 결혼과 직업 전선에서 좋은 위치를 미리 확보하려는 욕망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시도가 좌절될 때 그녀들은 우울증에 빠져 더욱 성형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에서 분열증적으로 미끄러지기 위해 얼굴을 고쳐나가는 그녀가 자신의 내면의 우울한 구멍으로 빠져버릴 때, 그녀는 자기 파괴의 길 입구에 서 있게 될 것이다.
우리 시대에 사람들은 누구로부터 쫓기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살아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이유도 모르고 달려야만 하는 것이다. 무엇으로부터 도주하는 삶. 그 삶은 삶을 주형 뜨는 체제로부터 도주하는 것이 아니라 체제에 의해 도주하는 삶이다. 경쟁 체제가 야기한 불안 때문에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주해야 하는 삶. 신자유주의에서 사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으면 도태될 것 같은 불안, “밀리면 죽는다”라는 느낌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밀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달려야 하지만, 그가 달리는 길은 체제가 닦아놓은 길일뿐이다. 이렇게 사람들을 도주하는 주체로 만드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통치성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주하여 강박적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불안 속에서 일해야 하며, 그러한 불안으로부터 일시적이나마 도주하기 위해 강박적으로 자기 자신을 소비하면서 불안을 잊어야 한다. 이러한 삶의 양식이 우울증을 낳게 되리라는 것은 뻔하다. 그렇게 미끄러지듯 도주하는 삶에서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고 결국 피로감만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거의 누구나 미래의 생계에 대한 불안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우울증이 만연하게 된다. 성형 욕망 역시 그러한 불안에 의해 추동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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